오늘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

다시 부각되는 정교분리 요구를 보며

아브라함-la 2013. 11. 25. 23:48

정교분리(政敎分離)를 처음 주장하고 요구한 것은 교회가 아니라 왕이었다. 헨리8세는 아들이 없는 왕비 케서린과 이혼하고 앤 볼린과 혼인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교황의 반대에-교리적 이유만 아니라 정치적인 이득 때문에- 직면하여 이혼 할 수 없게 된 헨리 8세는 교황은 각국의 정치에 간여하지 말라며 교황을 배척하고 영국국교회를 세우고 수장이 되었다.

 

이렇게 현실로 떠오른 정교분리의 요구는 당시 개혁자들에게도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개혁주의자들은 정교분리를 영적인 하나님의 기관인 교회는 국가를 지배 할 수 없고 국가는 영적인 교회를 지배 할 수 없는 상호보완적인 하나님의 나라의 두 수레바퀴와 같은 것으로 정리했던 것이다. 따라서 정교분리의 정신은 교회는 신령한 기관이므로 세상국가를 치리할 수 없고 국가는 세속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교회라는 영적인 문제를 간여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기도를 등한히 한다고 정부가 벌을 줄 수가 있고, 도둑질 한 사람을 교회가 감옥에 가둘 수가 있겠는가? 기도는 영적인 것이기 때문에 영적 기관이 교회의 관할이고, 도둑은 육신적이고 물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관할이라는 것이 정교분리인 것이다.

 

이런 정신의 정교분리가 다시 우리사회에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번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대통령하야 미사”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 대통령이 직접 이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격앙된 비난과 경고는 진정 정치적이지도 못한 하수적인 행태에 불과 할 뿐만 아니라. 정교분리 자체를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정부와 여당과 대통령이 시국에 대한 종교인과 종교단체의 소리를 비판하는 정도가 아니라 종북으로 몰며 심지어 경고하는 것은 집권자가 종교위에 군림하는 인상과 탄압한다는 인상을 줄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비민주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교분리란 교회가 세속적인 일을 치리할 권한이 없다는 뜻이지 위정자나 정부가 잘 못하는 것을 권고하거나 책임을 묻거나 책망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교분리는 교회가 국가를 지배해서 안 된다는 것이지 교회가 국가나 위정자가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국가나 집권자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그 자체로 존재의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고 존재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굳이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을 들먹을 필요조차 없다. 모든 영역은 하나님의 의의 나라가 이루어야 할 곳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이자 동시에 세상나라의 시민이다. 그리고 주권은 이 국민에게 있다. 이렇게 이 땅에 하나님의 의를 이룰 소명이 있는 종교인이자 시민이며 주권자인 종교인과 교회는 당연이 발언권이 있고, 정도를 걷지 않는 집권자나 위정자가 있다면 권고하고 꾸짖어 바른 길을 가도록 해야 교회의 존재의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선지자들은 순교의 피를 뿌리며 왕이나 백성의 죄를 꾸짖지 않았던가?

 

 

이제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것이야 말로 소가 웃을 코메디가 아니겠는가? 국정원 대선 개입을 덮으려고 시간을 끌수록 그 규모나 간여 기관은 늘어 갈 뿐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 근간을 송두리채 흔들고 부정하고 파괴한 반민주, 반민족적 행위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사건을 엄정히 발본색원하여 처벌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엄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판자들을 종복으로 호도하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 교회가 말하지 않는다면 주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돌들이 소리치지 않겠는가? 조국교회가 살아 있고 건강한 교회라면 교회는 이때에 선지자의 소리를 발하여야 하나님의 교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집권자가 간여 했던 안했든, 알았든 몰랐든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승만박사가 3,15부정선거를 지시하지 않았다. 아랫것들이 제 권력 유지하기 위하여 알아서 한 일이다. 그래서 이박사가 책임이 없는가? 국정원 대선 개입이 이명박 정부가 한 일이라고 해도 결국 책임은 당선자가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대가 약하고 수권능력이 부실한 야당이라서 사과하고 적당히 넘어가지고 하는데, 어쩌자고 이 정부는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종교인들이 하야를 요구하는 자리에 이르게 되었는지 딱할 뿐이다.

 

 

청와대나 정부와 여당이 교회가 정치에 간여하지 말라는 요구는 이미 군사독재 시절 귀가 닳도록 들어온 소리이다. 유신독재 시절 교회가 정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 것이 옳았는가? 유신독재 시절을 숨죽이고 지내온 국민들이 청와대의 정의구현 사제단에 대한 격앙된 경고에 유신독재를 떠올리며 으스스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이참에 조국교회는 선지자의 소리를 분명히 내는 건강한 교회가 되기를 원하며, 청와대는 자신과 이 나라의 복리를 위하여 국정원 대선개입을 깨끗이 사과하고 정도를 걷어주기를 희망한다. 자고로 선지자의 소리를 경청하고 두려워하는 곳에 은혜가 임했고, 선지자의 소리를 견디지 못하는 개인과 위정자와 국가 사회에 임할 것은 파멸뿐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쿠테타를 하고나서 군인이 정치에 나서는 자기와 같이 불행한 군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종교인이 정치에 대하여 말하는 것, 그것이 권력에 대한 아부나 축복이 아니라, 정권의 불의를 지탄하여 정치를 말하는 것은 분명 불행한 일일 것이다. 부디 청와대와 집권당은 종교인이 정치에 대하여 말하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를 희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