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장례
장례가 한 사람의 세계관과 신앙을 오롯이 반영한다는 것은 아브라함이 그 아내 사라의 장사(葬事)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사라가 죽었을 때에 "슬퍼하며 애통"한 것은 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과 더불어 62년간의 고단한 순례의 삶을 함께 한 아내에 대한 회한과 존경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그 상실의 아픔과 슬픔에서 일어나 막베라 굴을 사서 거기에 아내를 장사했습니다. 약속의 땅에 들어 온지 62년이 지났지만 아내를 장사할 땅 한 평도 받지 못했으나, 아브라함은 낙심하지 않고, 장지의 무상제공을 거절하고 제값을 내고 사서 가족의 장지로 했습니다. 그는 상사의 슬픔 중에서도 자신의 나그네 됨과 그 땅에 대한 언약을 흔들림이 없이 고백하고 물질에 대한 정직함을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믿음입니다. 믿음은 슬퍼하지만 잠시 슬퍼합니다. 믿음은 슬픔 중에서 고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믿음은 그 슬픔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직면한 도리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슬픔이 사랑과 존경을 나타낸다면 슬픔에서 일어나 도리를 하는 것은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부활의 소망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상사(喪事)에서 아브라함과 같이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죽음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전혀 상사를 생각해 본적도 없다면 상사를 당하면 슬픔과 당황을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믿음으로 우리 집에 죽음이 노크 할 때를 대비하여 상사의 슬픔 중에서도 천국백성의 신앙과 덕을 세울 수 있게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