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감사
가을의 감사
- 라인권 -
주님!
어제 밤 내린 찬비 속에
미련의 남은 잎들을 떨쳐 버리고
지금은 고요히 감사를 드립니다.
아직도 밤이면 상실의 자리에 찬바람 일고
아린 상채기에 무서리 내리지만
그래도 지금은 감사드립니다.
폭풍이 생의 뿌리까지 흔들던 날
외려 낯선 사람이 되어버려
멀어져 버린 가까웠던 이들께,
온 세상이 내 불행을 즐기던 외로운 시절
즐거이 내 고난의 흙탕물에 함께 발을 적셔 줄때
미쳐 감사할 겨를도 없었던 그 고마운 이들께
수줍게 감사를 고백하렵니다.
그리고 충분히 비참 했을 때
비참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이들께도
지금은 감사하렵니다.
주님!
첫눈 내리고 어젯밤엔 부엉이
찬비에 씻긴 앙상한 내 가지에 앉아
못 버려 남은 미련의 마지막 잎새를
구슬피 울었지만
지금은 고요히 감사를 드립다.
주신 모든 것 가진 그대로를........
그것만이 내게 축복임을
떨어져 빛바랜 낙엽을 보며 알았습니다.
그만으로도 분에 넘친 은혜임을
참회의 눈물과 함께 겸허히
지금 감사드립니다.
주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