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la 2012. 12. 6. 17:00

 

 

 

로를 지낸지 어저께 같은데 한 주만 더 가면 추석이 됩니다. 어느덧 더위로 잠을 설치던 일이 옛날 일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계절이 가고 기후가 달라지는 것만큼 세월 가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왜 그런지 여름이 꼬리를 내리고 찬바람이 나면 문득 겨울이 느껴지고 이제 때가 되었다는 심정이 되는 것은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을 의식 하게 되지만 어쩔 수없이 세월과 함께 인생이 가고 있다는 것을 보게 해주는 것이 고향에서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지기들일 것입니다. 어저께 종종 전화하는 고향 아랫집 살던 친구가 초등학교 동창 딸의 혼인을 알려와 결혼식장에 갔습니다. 식장 입구에서 성장으로 남편과 함께 하객을 영접하는 동창은 이제는 숨길 수 없는 중년을 넘어서는 여인 되어 거기 있었습니다. 단발머리에 큰 키, 그리고 예쁜 얼굴의 소녀는 어느덧 품속의 자식들을 하나씩 짝을 지워 출가 시켜야 하는 중년이 기울어 가는 어머니로 거기 서 있었습니다.

 

 

 

언제 저렇게 세월이 가서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까 싶었습니다. 더벅머리로 소년의 티를 채 벗지 못하고 서울로, 서울로 올라왔던 친구들, 그리고 얼마의 세월을 보낸 후, 친구의 결혼식장에 함께 앉아 친구의 혼인을 지켜보던 그들은 이제 자식의 결혼식장에 함께 앉아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얼마 안가면 자식들은 다 출가해 떠나고 새끼 떠나보낸 새처럼 두 노인네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에 남은 일이야 누가 먼저 일지는 모르지만 친구의 부음을 듣고 장례식에 함께 앉는 일 뿐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어쩌다 만나는 고향지기들에게서 세월 가는 자신을 딴 사람 보듯 보게 되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결코 길지 않고 세월은 속히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도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이제 추석이 가면 곧 찬 이슬 내리는 한로가 되고 서리 내리는 상강이 될 것입니다. 세월은 모든 것을 지나가게 합니다. 청춘도 가게 하고 심지어 사람도 가게 하는 것이 세월입니다. 그래서 세월이 가는 것을 아는 것이 인생의 지혜입니다. 가을은 이 지혜를 얻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우수는 인생을 앓게 하고 준비하기 좋게 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은 지나가게 하지만 남기는 것도 있습니다. 추억이 그것입니다. 저 유명한 시처럼 괴로운 일과 슬픔도 지나면 추억이 되는 법이지만, 세월이 가도 남을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남기시는 이 가을되시기를 바랍니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지기들을 보면 더욱 그렇게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가는 세월이야 잡을 수는 없지만 추억은 남길 수 있고 추억이 된 시간은 언제나 가슴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창출해 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