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설경
지난 2월 말, 오후 늦게 펑펑 내리던 눈이
어두워져도 그치지 않고 내려
명일의 설경을 예비하고 있었습니다.
이튼날, 새벽기도를 마치기 무섭게
이 설경을 보려 공원으로 나섰지요.
폭설은 아니었지만
공원의 설경은 선경에 가까웠습니다.
아직 채 밝지 않은 어스름에
폰카에 담아서
호수를 중심한 사진들은 톤이 푸르지요.
어둠이 푸르다는 말이 실감나지요.
아직 어둠이 덜깬 푸르스름함과
햐얀 백설의 빛깔과
아주 옅은 안개 어울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습니다.
아직 춘설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른 느낌입니다만
이번 겨울에 이만 눈을 다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겨울은 낭만과 시련을
그 어느 계절보다 공유한 계절입니다.
생활이 여유로운 이들은
이번 눈으로 겨울의 끝자락을
즐기며 아쉬워 할 것이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마지막 시련과 같을 것입니다.
어서 봄이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유롭게 설경을 즐기고
공원 여기저기를 누비다 보니
밝아져서 회색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장소의 사진이
전혀 분위가 다른 사진이 되었습니다.
빛에 따라서 이렇게 온 세상 분위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밝고 긍정적인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과
고난과 슬픔의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같은 세상이라도 전혀 다른 세계로 보이게 됩니다.
이것이 인생에서 신과 신앙의 의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의 빛 말입니다.
설경은 겨울의 꽃일 것입니다.
봄꽃이 군락으로 피고 꽃 구름을 이루어도
설경에는 비교가 불가능한 아름다움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장엄미일 겁니다.
꽃이 제 아무리 밭을 이루고 무리지어
화려하게 피어나 흐드러져도
장엄하다고 하지않습니다.
어느 한 자리, 장소,
지역에만 국한해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설경은 온 누리에 이릅니다.
산도, 들과 나무도 거리도 집도
온통 설국을 이루는 설경의 장엄미는
외경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설경의 아름다움은 그 청결함과 고적함
그리고 기분좋은 한기에 있을 것입니다.
밤새 눈이 내린 날 아침!
눈부신 순백의 천지를 보며
시인은 자신의 죄와 허물이
눈보다 더 희게 하시기를 구했습니다.
저는 눈내리는 밤
세상의 모든 소란이 아득히 멀어지고
사위가 고요해지는게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눈 내리는 날의
약간 포근하면서도
냉냉한 한기가 기분 좋았습니다.
아마 이 기분좋은 추위가
눈이 내리면 아이들이 강아지처럼
눈 밭을 딩굴게 하지 않았을까요?
장독대에 소복하게 눈이 쌓인 모습은
어렸을 적 이후 처음인 것 같네요.
어렸을 적 겨울이 오면
고향집 뒷 뜰의 장독대에
소복하게 하얀눈이 쌓인 것이 정다웠습니다.
장독대 뒤의 푸른 대밭의
대나무에 눈이 쌓여
부러질듯이 늘어져 있는
광경, 그 푸른 댓잎과
흰눈빛의 조회가 아름다웠습니다.
장독대에 소복히 쌓인 눈이
탐스러워 가만이 두 손으로
들어 올리리면 그 대밭이 눈에 들어왔지요.
장독대에 속복히 쌓인 눈을
뒤짐을 지고 약간 수그려
아이스크림 먹듯
입술을 대고 한입 먹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눈 쌓인 초가지붕
소복하게 눈 쌓인 장독대
장독대 뒤의 대밭의 감나무와
푸르른 대밭의 이미지가
고향집 겨울 이미지이자
내 유년 겨울이미지 입니다.
이제 눈내린 아침 해가 낮은 하늘 구름 위로 떠올라
호수의 살얼음 위에 비취었습니다.
햇살이 나면 눈은 한나절을 넘기지 못하고
녹을 것입니다.
이렇게 곧 봄이 올것입다.
그리고 인생과 그 아름다움도
갈것입니다.
설경의 진짜 아름다움은
이 찰라성에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 찰라성이 찰라적인
인생과 삶을 영원하게 하는
하나님의 장치가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