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화 부자입니다.
찬서리에 제 국화가 활짝피어 제철을 만났습니다.
이제 세상 천지에 꽃이라곤 이국화 하나 뿐입니다.
제 정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국화는
성탄절 가까이 까지 국향을 잃지 않습니다.
금년 국화농사가 이만하면 대만족입니다.
이 국화를 교회 정문 계단에 진열하고
강단에도 올렸습니다.
그리고 국화차를 만들어 보았지요.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듯
찻잔에서 노랗게 다시 핀 국화가
아름다웠던 시절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국화차를 들다가 도연명 생각 났습니다.
성격과 삶도 비슷한 면이 있지만
국화를 좋아하기는 그 못지 않지만
저는 아직까지 오류五柳와같이
국화를 두고 읊은 시가 없는게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국화를 두고
한수 읋어보았지요.
어제 밤 된 내기에
노랗게 국화 피니
조소를 견딘 세월이
이제야 향기롭다.
유복이 넘쳐
목木으로 타고나
아예 꽃으로 봄을 맞고
자태 현란하여
조야를 매혹하던
매화 모란에 장미 자미도
추상秋霜에 솔잎도 물드는 날
그 영화 간곳없어라.
국향의 청운은
속성速成이 미덕인양
앞을 다투는 소인배 속에
초연히 숭의崇義를 길러
추상에 만개하여
첫 눈 내리는 날에
그 향기 드높은 것,
알뜰히 가꾼 정원
저 거친 산야에
영락榮落이 참혹한 때에
유혹과 비분을 삭이며
기른 절의가
백설을 노랗게
물들일 때까지
유일하게 홀로 피어
국향 드높다.
국화도 이만하니 이제 저도
귀거래사를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