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어제 새벽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태풍 모라꽃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는 아들을 먼 나라로 보내기 위해 공항에 가는 내내 깊은 상념에 젖어들게 했습니다.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인적이 좀 뜸한 곳에서 가족이 손을 잡고 기도드린 후에 아들은 손을 흔들며 출국장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치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아들은 그렇게 아버지의 하늘에서 미국이라는 다른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그리고 아들을 출국장에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내내 내리는 비는 아들을 보내는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습니다. 지금 미국으로 떠나보내는 아들의 처지가 꼭 예전의 아버지 처지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소명을 받고 공부하려고 상경 했을 때가 지금 아들의 나이였습니다. 정말 한 푼의 도움도 받을 수없는 형편에서 맨 주먹으로 보따리 하나 들고 올라와 사흘을 굶으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아들도 달랑 비행기 표 한 장 들려주다시피 하여 미국으로 떠나보냈습니다. 그래도 아들이 아비보다 유복한 것은 부모슬하에서 대학을 마쳤고 빈손으로 보내지만 미국에서 경제적으로는 아니라도 마음으로 의지가 될 아버지의 제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런 형편에서 아들을 미국에 보낸 것은 더 넓은 세계에서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힘으로 열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게 하는 것이 아들을 멀리 높이 나는 새처럼 되게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녀를 높은 이상을 품게 하고 더 높이 멀리 쏘아 보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아들을 빈손으로 미국으로 떠나보냈고 고학의 길을 가게 했습니다.
아들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즐겁게 갔지만 비행기 표 한 장 들고 미국으로 가는 마음이 빈 손들고 상경하던 때의 제 마음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렇게 아들을 둥지를 떠나보내는 새처럼 떠나보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저와 함께 제가 가는 길에서 지금까지 함께 하신 주께서 아들의 가는 길에 함께 하실 것을, 그러나 아버지의 하늘보다 더 높고 큰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돌아오게 하실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