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써가는 시편

그리움

아브라함-la 2025. 2. 11. 17:03

 

초승달 외로운

정월 밤 오늘에야

내 속에 달하나 있음을 알았습니다.

까맣게 잊힌 사람이

삭월朔月해 있었음을….

 

 잊었던 사람이  설핏

초승달 마냥 떠오르면

그리움은 추억을 흡입하여 만월이 되어

충만하게 가슴을 채우다

       제풀에 사위어버립니다.        

          

존재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사람

사랑을 얻은 기쁨에

달처럼 피어나던 사람을

스스로 외면하는 고통으로 일어서야 했던

사랑도 기약할 수 없는

남루했던 젊음의 방황과

하해河海 같던 상처도.......

 

긴 세월 삶의 풍상에 삭고 삭아

이젠 솔직히 손톱만큼도 안 되는데

외면을 작정한 처연했던 그날처럼

빙월이 눈밭에 하얗게 부서지는 겨울밤이면

그리움은 갸름하게 눈썹달로 떠

새록새록 차오릅니다.

 

인생이 어디 가슴에 묻어둔

아픈 사랑의 달 하나 없으랴!

단지 잊힌 듯 잊고들 사나!

이제 그리 애틋도 않은

이 얼어 죽을 그리움은

무슨 주기週期라도 있는 양

문뜩 혼자이면 용케도

초승달로 떠 고대 망월朢月하여

온통 가슴을 하얗게 적시다

이지러져 삭월 해 버립니다.

 

정월 밤 인적 없는 공원길에서

그날의 추억이 너무 생생해

문득 그 사람을 욕되게 하는 듯해

죄스러워 쓴웃음 지며

떨치고 가려는데

정월 초나흘 초승달이

샛별 같은 그리움 하나 더 길게 달고

가슴에 떠오릅니다.

 

 

 

 

 

 

'내가 써가는 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 풍  (0) 2025.02.14
능 소 화  (0) 2025.02.11
봄을 위한 기도  (0) 2025.02.03
섬진 여수旅愁  (1) 2025.02.02
저무는 숲에서  (0)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