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외로운
정월 밤 오늘에야
내 속에 달하나 있음을 알았습니다.
까맣게 잊힌 사람이
삭월朔月해 있었음을….
잊었던 사람이 설핏
초승달 마냥 떠오르면
그리움은 추억을 흡입하여 만월이 되어
충만하게 가슴을 채우다
제풀에 사위어버립니다.
존재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사람
사랑을 얻은 기쁨에
달처럼 피어나던 사람을
스스로 외면하는 고통으로 일어서야 했던
사랑도 기약할 수 없는
남루했던 젊음의 방황과
하해河海 같던 상처도.......
긴 세월 삶의 풍상에 삭고 삭아
이젠 솔직히 손톱만큼도 안 되는데
외면을 작정한 처연했던 그날처럼
빙월이 눈밭에 하얗게 부서지는 겨울밤이면
그리움은 갸름하게 눈썹달로 떠
새록새록 차오릅니다.
인생이 어디 가슴에 묻어둔
아픈 사랑의 달 하나 없으랴!
단지 잊힌 듯 잊고들 사나!
이제 그리 애틋도 않은
이 얼어 죽을 그리움은
무슨 주기週期라도 있는 양
문뜩 혼자이면 용케도
초승달로 떠 고대 망월朢月하여
온통 가슴을 하얗게 적시다
이지러져 삭월 해 버립니다.
정월 밤 인적 없는 공원길에서
그날의 추억이 너무 생생해
문득 그 사람을 욕되게 하는 듯해
죄스러워 쓴웃음 지며
떨치고 가려는데
정월 초나흘 초승달이
샛별 같은 그리움 하나 더 길게 달고
가슴에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