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20

당신은 돌아 갈 곳이 있습니까?

擊鼓催人命回頭日欲斜黃泉無一店今夜宿誰家 이 한시는 이렇게 새겨집니다. “북은 울려 이 내 명을 재촉하는데고개 돌려 바라보니 해는 서산에 걸렸어라황천길에 주막집 하나 없다 하거늘오늘 밤 이 나그네 뉘 집에 쉬어갈까?” 유명한 성삼문의 절명시입니다. 진노한 세조는 성삼문과 그의 아버지를 “거열”에 처했고, 그의 부인과 자식들은 노비로 삼아버렸습니다. 이는 사대부로서 죽음보다 무서운 치욕입니다. 성삼문의 이 절명시는 그가 의를 위하여 죽음보다 두려운 치욕을 마다하지 아니하고 의연히 맞이했다는 걸 증언합니다. 이 치욕적이며 참혹한 죽음 앞에서도 시 한수를 읊는 선비 성삼문의 여유가 참 부럽습니다.   이런 충렬지사도 죽음 이후 돌아갈 곳에는 자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황천길에 주막집 하나 없다 하거늘, 오늘밤..

다시 가고 싶은 길 오버시즈 하이웨이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는 많겠지만, 여행지에 이르는 길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 길을 다시 한번 가고 싶어 하는 곳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키웨스트라면 다르다. 키웨스트를 여행한 여행자라면 목적지 키웨스트 못지않게 키웨스트를 가는 외길 오버시즈 하이웨이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wy는플로리다 반도 남단 동쪽 끝자락 플로리다 시티에서 바다를 건너 첫 섬 키 라고스를 위시하여, 쿠바 쪽으로 카리브해를 향하여 점점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산호섬 40여 곳을 42개의 다리로 연결한 171,4km의 해양 고속도로이다.  171km이면 서울에서 대전을 지나, 충북 영동에 이르는 거리이다. 완도에서 제주까지 거리가 94, 4km인 걸 생각해 보라! 비췻빛 바다 ..

잊지 못할 여행지 만월의 링컨 기념관

내게 행운이었다고 생각되는 잊지 못할 여행지는 월하의 링컨기념관이다. 하도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이라서 남들이 제집 안방 드나들 듯이 하는 미국을 나는 육십 대를 한 해를 남겨둔 해서야 미국엘 갔다.  내 첫 미국 여정의 첫 목적지는 펜실베니아주 렝커스터의 아미시 공동체였다. 나는 거기서 자본이 신인 미국 사회에도 신앙과 신조를 따르는 삶의 방식이 얼마나 유망한 가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아미시 마을에서 점심을 하고 링컨을 만나려 워싱턴 디시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났다. 워싱턴DC는 그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였다. 첫 목적지로 아미시 공동체를 방문하고, 거기서 아들의 졸업식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 포레스트로 내려 가려면 워싱턴을 경유해야 했고, 미국까지 왔으니 링컨 정도는 찾아 주어야 미국에 대한..

가장 행복했던 여행지 푸껫

“여행을 준비하며 행복하고, 여행하며 여행지에서 행복하고, 돌아와 여행을 회상하며 행복하다.” 여행 예찬자들의 여행에 대한 행복론이라고 할까? 그렇다, 여행하거나 여행 중이 아니어도 여행의 추억으로 여행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며, 여행지에서의 한 장의 사진을 보며 행복한 추억에 젖어 시름을 잊게도 하는 것이 여행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보며, 여행을 못 하는 아쉬움을 달래기도 하고, 행복했던 한때를 회상하며 안식을 누리기도 한다.   자주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여행지를 꼽으라면,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여행지는 단연코 푸껫이다. 푸껫이 나의 가장 행복한 여행지인 것은 세계적인 휴양지 푸껫의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 아니라, 여..

진 객

혹시나 오려나, 언젠가 오겠지,한 번쯤은 꼭 올 만도 한데........! 지난해 늦가을 이사 온 날부터 창밖을 내다보면 기다려졌습니다.  물 박달나무 노란 단풍이 한 잎 두 잎 하늑 하늑 떨어지다 찬바람 선듯하면 견디지 못하는 양우수수 지는 창밖 숲은 내다보노라면 금방이라도 올 것만 같았습니다.  먼 골짜기의 낙엽송마저 지는 초겨울 베란다 밖 절개면 위의 벗은 숲을 보면 그늘진 숲 안쪽에서 켜켜이 쌓인 낙엽을 바삭바삭 밟으며 홀연히 나을 것만 같았습니다.  숲에 눈이 내리고 눈 쌓이고 녹기를 몇 번인가 하던 이월 어느 오후,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다 탄성이 터졌습니다. 세상에! 거기 와있는 아주 큼지막한 장끼 한 마리! 손 내밀면 다을 듯한 절개면 가운데를 -거기가 어디라고- 그 곱고 화려한 ..

카테고리 없음 2024.11.23

추억은 감물 처럼

창밖에 안개가 축축한 한 가을 아침입니다. 그날도 오늘처럼 안개가 촉촉한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아랫집 친구가 시끄럽게 부르는 소리에 깨어 나가보니, 그는 자기 집 울안의 감나무 위에 있었습니다. 마루에 나온 나를 보고 신이 난 녀석은 따기 어려운 곳에 있는 홍시를 따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감나무 가지를 밟고 가장자리로 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제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딱”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감나무 가지가 부러지더니 녀석은 마치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날 듯, 감나무 가지를 밟은 채로 감나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닙니까?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높은 가지에서 떨어졌음에도, 그날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짱하게 학교에 온 것이 신기하기만..

작은 까투리 한 마리

언제 내려왔을까? 엎드리면 코 닿을 아파트 앞 범면 잡풀 말라붙은 그 을씨년스러운 절개 면을 무심히 내다보니 거기 작은 까투리 한 마리 앉아 날 보고 있었다.  작은 까투리야! 넌, 넓디넓은 세상 다두고도 성냥갑 쌓아 올린 것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속에 모여 바글바글 살아가는 사람들 속내가 하도 궁금해서 숲에서 혼자 나와 그림처럼 동그마니 앉아 유리창 너머 아파트 속을 그렇게 가만가만 유심히 보고 있니?  작은 까투리야! 아까부터 고개만 빼어 들고 나를 정면으로 마주 보던 까투리야! 이젠 왜 그리 고개를 외로 꼬고 물끄러미 앉아 있니? 눈뜨면 침대에서 내리는 발소리까지 들리는 공동주거생활 속에서도 서로가 섬처럼 지내는 삶을 이해하려는 중이니?  아니, 아니 그 절연의 섬을 보면서도 그 섬에 ..

환호를 받는 왕

“문들아 너희 머리를 들지어다 영원한 문들아 들릴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로다”                                                - 시24:9 - 다윗이 하나님의 거주지와 같은 법궤를 왕도 예루살렘에 모실 때에 지은 시입니다. 문을 활짝 열고 오시는 왕을 환호로 맞으라는 뜻입니다. 이 왕은 죄의 세력을 멸하여 의와 평화의 나라를 이루는 전쟁에 능하신 왕입니다. 불의가 없고 의롭고 평화로운 나라가 소원인 백성이라면 다윗처럼 불의를 멸하고 의와 평강을 이루는 왕을 당연히 환호로 맞을 것입니다.  이 사실은 국민들의 환호가 아니라, 경멸의 대상이 되어 버린 정권과 통치자는 비정상적인 통치자임을 분명히 해주고 있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통치자가 국민의 존경과 환호가 아니라..

국화차를 두고

한 해를 기른 국화 피어 현관에 늘여 두고 강단에도 올린 후 다관에 우려낸 국화차 한잔 앞에 두니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다 이윽히 남산을 보던 도연명이 이만하랴?   내  비록  재주 비색하여 이룬 것 부끄럽고 주변머리 없어여지껏 굴혈 하나 없어도   국화를 기르고 국향을 즐기며 국화를 읊고 싶기는 도연명이 이만하랴!  국화도 이만하고 국화차도 이만한데 겨울 성큼 다가오니 이제 나도 오류처럼 국화 한 가지 꺾어 들고 초야에 묻혀 귀거래사 부르고 싶어라!

인생! 얼마나 양심적일까?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의 행위, 의도, 성격의 도덕적 의미를 올바르고 착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관련지어 파악하는 도덕의식.”  브리테니커사전의 양심에 대한 정의입니다. 이 양심이 인간에게 존재한 다는 것이 인류의 인류 됨 일 것입니다. 제가 양심의 정의를 떠올리는 건 양심이 무엇이냐? 와 그 기능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양심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 교회로 이전하면서 전에 채소를 기르던 공간을 주차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공간에 세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각한 주차 사정을 고려해서, 모두 여섯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작은 주차공간이지만 이웃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주일과 수요일 외에는 현관 앞을 제외하고 주차할 수 있다는 주차 안내판도 내걸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