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오려나, 언젠가 오겠지,
한 번쯤은 꼭 올 만도 한데........!
지난해 늦가을 이사 온 날부터
창밖을 내다보면 기다려졌습니다.
물 박달나무 노란 단풍이
한 잎 두 잎 하늑 하늑 떨어지다
찬바람 선듯하면 견디지 못하는 양
우수수 지는 창밖 숲은 내다보노라면
금방이라도 올 것만 같았습니다.
먼 골짜기의 낙엽송마저 지는 초겨울
베란다 밖 절개면 위의 벗은 숲을 보면
그늘진 숲 안쪽에서 켜켜이 쌓인 낙엽을 바삭바삭 밟으며
홀연히 나을 것만 같았습니다.
숲에 눈이 내리고
눈 쌓이고 녹기를 몇 번인가 하던 이월 어느 오후,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다 탄성이 터졌습니다.
세상에! 거기 와있는 아주 큼지막한 장끼 한 마리!
손 내밀면 다을 듯한 절개면 가운데를 -거기가 어디라고-
그 곱고 화려한 태깔, 긴 꼬리깃을 뽐내며
유유히 오르는 장끼 한 마리!
가만히 지켜보니 동부인하고 왔습니다.
범면 중앙 풀 섶에 몸을 감춘 이쁜 까투리 한 마리,
두 내외 거기 다정히 앉아
한참을 아파트 안을 들여다보던 이 진객은
가만히 들이댄 디카가 부담이 된 듯이
까투리 앞세우고 유유히 숲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햇볕 따뜻한 늦겨울 오후면 몇 번 그 고움을 꿈결처럼 보이다
지금은 안 오는 진객이여!
이제 사람 사는 세상이 궁금하면 다시 한번 찾으려나?
아니! 우리네가 삶에 부대껴 염증을 낼만하면 찾아 주어
메마른 세상에서 환희를 찾게 하소!
햇살 따스한 겨울 오후 홀연히 찾아왔다
홀연히 숲으로 간 아름다운 진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