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이야기

선운사 골짜기로 단풍보러 갔더니

아브라함-la 2016. 12. 6. 11:15

  015년 가을 선운사의 단풍입니다.

  선운사의 단풍은 이번이 처음인데

  내장산도 가보았지만

  저는 이곳의 단풍에 반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것은

  이곳은 마치 장터같이 복잡하고

  시끌벌적 북적이는 내장사와 달리

   한적해서 좋고 고목 숲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가을 선운사 단풍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전목사님 덕입니다.

  신대원동기 일곱가정이 뭉친 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을 부안오산 오산교회를 섬기는 전목사님 댁에서 모였지요.

  여기서 모이면 대개는 가까운 선운사입구의 풍천장어집에서

  풍천장어구이 내는 과분한 대접을 받습니다.   


 


  이번에도 간단한 예배와 회의를 마치자

  전목사님은 단골로 가는 선운사 입구의 풍천장어집에서

  장어구이로 점심을 대접하셨습니다. 

  점심을 마친 후에 전목사의 안내로

  선운사 단풍을 보기로 했지요.



  선운사 들목에 들어서니

  개울건너 산자락에

  보리밭과 같이 푸르른 꽃무릇이

  조금 철지난 단풍이과 어울려

  우리 일행을 반겼습니다.

  매표소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

  울창한 고목숲에 푸른 전나무와

  붉은 단풍이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선운사 단풍의 백미입니다.

  선운사의 단풍은 허공에서 붉게 타고

  땅위에 쌓여서 붉고

  물위에서 떠서  붉고 

  물위에 어리어 붉게 타고있습니다.

  허공과 대지 물을 붉게 물들이는

  삼홍이 선운사 단풍입니다.

  그리고 이 붉은 단풍이

  보는 이의 마음을 붉게 물들이면

  선운사 단풍의 사홍이 됩니다.

 







  유명한 선운사 동백숲입니다.

  검푸른 동백과 푸르른 대 밭과

  붉은 단풍빛이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서정주가 이 동백을 두고 이렇게 읊었지요.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선운사 골째기 찾았더니

  동백은 아직 일어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언제 한번 이 동백꽃 보려 와야 하겠습니다.

 





 도솔암 오르는 길 양편으로  

 꽃무릇 밭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추석지날 무렵 꽃대만 올라와

 정열적인 빨간 꽃을 피우고 진 후에

 늦가을에 파란 잎을 피웁니다.

 마치 초겨을 보리밭을 보는 듯하지요.

 이렇게 잎과 꽃이 서로 볼수 없기에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상사화와는 다른

 공식명칭은 "석산"입니다.

 숲자락을 뒤덥은 이 꽃무릇 밭이

 내년 여기 꽃이 얼나나 장관이겠느냐며

 와서 보라는 듯합니다.

 




  이 정취에 취해서 서정주의 선운사 동백을 차용하여

  이렇게 한 수 읊어 보았지요.


                선운사 골짜기로

                단풍보러 왔더니

                단풍은 제철이라

                허공에, 땅에 물위에

                붉어 삼홍인데  


                 만산홍엽의 날

                 동백숲 푸르르고  

                 낙엽지는 숲속에

                 보리밭인양

                 지천으로 새로 돋은

                 꽃무릇이


                 고운빛 단풍

                 바래바래 남을

                 올겨울 눈녹을 때

                 동백꽃 마중오고

          

                 내년 초가실

                 녹음이 지칠 때쯤

                 고운님 보러 오라네

                 꼭한번 날보고

                 님보러 오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