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일상속의 아름다움

삼 년 만에 만개한 11월의 국화

아브라함-la 2022. 11. 21. 18:14

꼭 삼 년 만에 코로나와 함께 온 병을 이겨낸 제 국화가 만개하여 국향이 그윽합니다.

길가는 이들도 한 번쯤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 2019년 11월 경의 국화, 이 국화가 코로나와 함께 병들어 3년간 폐농했습니다 -

위의 국화는 2019년 11월 초 막 개화한 국화입니다. 이 국화는 교회를 이 자리로 이전하던 해부터 기르기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시내에 있는 친구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를 방문했더니, 국화 몇 포기가 자라고 있었지요. 친구의 말로는 중국에  있었던 딸이 들여온 식용국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딱 세 줄기를 얻어와  삽목을 했는데 그 해는 겨우  국화분 세 개가 풍성한 꽃을 피웠습니다.  그 이듬해 이를 대량(?) 삽목 해서 작은 우리 교회 정원은 이 국화로 가득해졌습니다. 그해부터 해마다 늦가을 우리 정원은 국화로 만발했습니다. 

 

- 다른 국화들이 시들기 시작한 10월 말 3년만에 개화를 시작한 국화 -

2020년에 코로나 19가 대유행했지요. 그해 이 국화를 가장 많이 삽목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국화의 발육상태가 전년만 못하더니, 8월 말부터 잎에 빨갛게 마르며 구멍이 뚫리는 현상이 나타나더니 애써 기른 모든 국화에 전염되고 말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이 병에 걸리면 모든 국화를 소각처리 하지 않으면 다음 해도 발생한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막 개화를 시작하는 국화를 다 뽑버렸지요. 일 년 국화 농사를 정말 폐농한 것입니다. 

 

이렇게 이상하게도 코로나와 함께 국화도 병이 들었던 겁니다. 다음 해에 시험적으로 삽목을 조금 했으나 소각처리를 하지 않아선지 하나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화농사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결국 코로나와 함께 2년간 국화없이 11월을 보냈습니다.    

 

- 11월 둘째 주 드디어 만개한 국화 -

금년 4월에 다시 이 국화를 삽목 했습니다. 삽목은 성공적이었지만, 역시 묘목들이 예전 같이 실하지 못했습니다. 화분에 이식할 때도 싹수 있어 보이는 건 많지 못했습니다. 그걸 예전의 절반 정도 수의 화분에 이식하고 길렀지요, 유월 말까지도 별로 성적이 좋지 않던 국화가 8월이 되면서 성장이 왕성해지더니,  11월 둘째 주간에 이렇게 만개했습니다.  여느 해 못지않게 국화가 잘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뜸해진 금년은 국화 풍년이 든 셈입니다. 

 

- 현관 계단에 진열한 만개한 국화분 -

아직도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지만, 제 국화가 코로나 시절의 병을 이겨내고 이렇게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개하여 향기 드높은 것 같이, 이 땅이 회복되고 새로워지기를 소망합니다. 국화가 향기로운 건 일 년 세월을 기다려, 서리찬 가을에 피기 때문은 아닐까요? 힘들도 어려운 시련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이 시련이 우리네 인생을 더 아름답고 풍성하며 향기롭게 피게 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이런 마음으로 국화분 몇개를 골라 강단에 올렸습니다. 이제 한창인 이 국화는 성탄절 가까이 까지 향기를 발할 겁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 하얀 눈 속의 이 노란 국화가 참 이채롭습니다. 삼 년 만에 다시 핀 국화! 이 빛깔과 향기로 초겨울을 밝히도록 금년은 국화차도 만들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이제 추울 일만 남았지만, 눈 속에 향기로운 제 국화와 같이 올 겨울 더욱 강건들 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내일은  몇송이 따서 햇 국화차 맛을 보려고합니다. 생 국화차 참 향이 좋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