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학살이 즐비한 들녘은
해동을 시샘하는 한파로
아직 봄은 아득한데
너 홀로 봄기운에 푸르게 깨어
꽃 나라를 선구하나!
- 춘추에 부는 뭇 바람도 저 실가지는 꺾인 적 없다 -
모질게 온 화류花柳의 날 쉬이 가고
하절의 광포한 비바람에
송백도 속절없이 꺾이는데
가녀린 네 가지 그 어디에 지조 있어.
꺾지도 꺾이지도 않는가?
아! 가을의 풍요는 속임이었나?
소슬바람이 생명의 빛 거두는 날
솔잎마저 물들어지는데
동장군 서릿발에 끝까지 항거하다
떨어져도 푸른 네 충절이 거룩하다.
내 문득 선지자로
네 앞에 부끄러워하다
포은이 너를 두고
여러 번 시를 읊은 뜻 알듯하여
내 다시 신발끈 고쳐 매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