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기른 국화 피어
현관에 늘여 두고
강단에도 올린 후
다관에 우려낸
국화차 한잔 앞에 두니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다
이윽히 남산을 보던
도연명이 이만하랴?
내 비록 재주 비색하여
이룬 것 부끄럽고
주변머리 없어
여지껏 굴혈 하나 없어도
국화를 기르고
국향을 즐기며
국화를 읊고 싶기는
도연명이 이만하랴!
국화도 이만하고
국화차도 이만한데
겨울 성큼 다가오니
이제 나도 오류처럼
국화 한 가지 꺾어 들고
초야에 묻혀
귀거래사 부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