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행/길에서 줍는 진주

이별 가을여행

아브라함-la 2013. 11. 22. 20:29

 몇년전 캄보디아를 가려는 전날 밤에 돌연 충수염 수술을 해서 캄보디아가 아닌 병원 침상에서 한 주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올가을도 그랬습니다. 가을 중요 사역을 마친 후 아내와 하루 가을여행을 계획했는데 또 병원 신세 질 일이 생기고..... 그리고 목사의 시간은 자기 시간이 아닌관계로  결국 낙옆이 지고 가을이 다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금년 가을을 이별하는 이별, 가울여행을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 구담마을로 하기로 하고 홀연히 길을 떠났더랬습니다.

 

 

그런데 가다보니 순천을 잇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이 네비라는 놈이 전주에서 순창을 잇는 국도로 인도를 했는데 도로가 고속도로에 뒤지않았고 주변 경관이 아직 단풍이 있어서 가는 길에 가을의  끝자락을 만끽 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한 천담리를 휘감아 도는 정겨운 강줄기와 강변의 갈대꽃과 청명한 하늘과 구름 빛이 단박에 눈과 머리를 시원하게 했습니다. 가슴까지 맑아지는 기분이고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푸근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지프가 먼지를 폴풀 날리며 들어오는 씬의 그 정다운 길과 징검다리를 한 컷에 담았습니다.  이곳이 제 마음에 꼭 든 것은 이 강이 사람이 접근하고 활용하기에 최적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 강이란 수량이 너무 적거나 너무 많고 깊어도 사실상 그림의 떡인데 이곳의 강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최적의 상태의 강입니다. 그리고 강과 강변, 주변의 산과 마을이 어루러져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간 곳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고 포근한 곳이었습니다.


   

 

저 물빛, 양쪽 마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돌사이를 지줄대는 물소리와 아련한 징검다리가 마치 누군가를 오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저 돌다리 하나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을까요?  수많은 사연과  기별이 이 돌들을 지났을 것이만 그 모든 것은 흐르는 강물 같이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가고 지금은 새로운 사연의 강물을 만나고 있을 겁니다. 물론 거기엔 우리부부의 추억도 함께 있고 흐르게 되었습니다. 


 

 

 

건너 편에서 구담마을을 담았습니다.  천용택 시인이 이 천담리 사람이라는 것이 그가 왜 시인일 수밖에 없는지를 말해 주는 듯 합니다.  이 정답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 속에서 그의 서정은 풍요롭게 되었을 것입니다. 어떤 형태든지 어릴적 정서는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특히 글을 하는 사람에게는 결정적인 영향을 마치는 것 같습니다. 정지용의 향수에 보듯 말입니다.


 

 

    이 곳의 추억을 보존하려고 아내를 징검다리에 앉히고 금년 마지막 가을과 겨울의 초입을 함께 담았습니다. 자연은 역시 거기에 사람이 있을 때에 더욱 아름답고 의미를 가집니다. 이것이 인간에게 있어서의 신, 즉 하나님의 의미입니다.

 

 

이곳이 영화에서 환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곳입니다.  강줄기와 고목은 영화속 그대로이지만 영화에서 보았던 빨래를 널던 그 하얀 백사장은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곳이 언제까지 자연그대로 순수한 풍광을 보전할런지..... 언제까지나 이곳의 자연이 자연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랍니다.


 

 

 

 

 돌아오는 길에 담양의 죽녹원을 들렀습니다. 추워지면 더욱 푸른 빛이 선명해지는 댓잎같이 우리의 추억도 인생의 겨울이 왔을 때 푸르러져서 인생의 광야에 내리는 눈보라를 극복하는 힘이 됐으면 합니다. 이 아름다운 대밭을 돌아보고, 붉게 물든 메타세퀴어 가로수길로 해서 귀가 했습니다. 붉게 물들어 이제 낙엽을 지우는 붉은 가로수에서 금년 가실을 이별하고 왔습니다. 이제 추울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언제나 저 높고 푸른 하늘이 열려 있습니다.  추워도 하늘을 볼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맙시다.